still. 

 pigment print, 29cmx29cm, 2025

 곧고 무거운 다리

pigment print, 30cm x 35cm, 2025

그림자 곁 뒤따르던 발

pigment print, 27cm x 27cm, 2025

still, life A

pigment print, 33cm x 33cm, 2025

still, life B

pigment print, 22cm x 25cm, 2025 

still life C

pigment print, 21cm x 28cm, 2025

still life D

pigment print, 32cm x 35cm, 2025

미끄러지듯 매끄럽게

pigment print, 29cm x 41cm, 2025

가슴속에 하나쯤은

pigment print, 31cm x 39cm, 2025

life,

pigment print, 31cm x 32cm, 2025

  초저녁 무렵 일주일째 찬장 밑에 멀뚱히 놓인 유리컵을 보았다. 물을 떠다 마신다는 것이 누군가의 부름으로 잊혀진 듯하다.
  
  분명 가련한 저 몸뚱이는 구태여 누군가 옮겨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이다. 자신의 몸속 가득 차있는 물 한 방울 조차 비워낼 수 없다. 알량한 바람이 컵의 손을 잡아채어도 잠시 수면만 일렁일 뿐, 그 형상은 변함없었다. 구름 사이에 몸을 감추었던 해가 이따금 기지개를 켜고 일어났을 때, 컵의 표면에 닿아오는 해의 오랜 인사는 참 정겨웠다. 오늘도 같은자리 같은 곳에서 여전히 날 기다리고 있었구나. 하는, 그런 문장의 인사가 나지막이 들리는 듯했다. 컵에 담긴 헌 물을 비워내고 새 물을 떠다 마셨다. 미적지근한 것이 해의 오랜 인사가 아직 떠나지 않았나 보다. 
  그 일 이후 부단히 형상에 이끌렸다. 조형의 미를 한껏 끌어안고 있던 것부터 아주 가깝지만 잊고 살았던 것, 작은 소리들로 아우성 대던 것들까지. 아주 천천히 눈앞으로 다가와 내게 말을 걸었다. 점차 인식하는 과정이 수집에 가까워졌을 때 이끌림은 형상을 품고 있던 공간으로 이어졌다. 형상이 공간으로 흘러 들어오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대체 누구에 의해 개연성 없는 두 존재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을까, 다 해져버린 이 공간은 원래 어떤 모습이었을까. 머리 저렵게 허공에 질문들이 연상되었다. 돌아서는 길, 세상의 틈을 파헤치고 드러내고 있다는 지금에 묘한 웃음이 새어나왔다.

정지된 형상들의 삶, 그리고 필멸적인 형상들의 삶을 드러내고 수집하며. 나의 지금을 에워싸는 테두리의 형상을 매만져볼 수 있었다. 내일의 해가 필연적으로 변해 갈 또 다른 형상의 부름을 알린다. 

그렇게 일어나서, 걷는다.

<still. life,>_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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